“밥 먹는 것을 줄여야 해요.”
“아니, 뭐라고요? 밥 먹는 것을 줄이라고요? 말도 안되요.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건데.”
맞습니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삽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야 할 것은 밥이었습니다. 아무리 간식을 먹어도 간식은 간식이고, 밥은 밥입니다. 피자를 먹었어도 밥을 먹어야 하고, 술을 마시기 전에도 밥은 먹어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들어왔고, 어머니께서 그렇게 챙겨주셨습니다. 여기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 후 아내가 ‘밥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말해도 한 귀로 흘려들었습니다. 밥은 꼭 먹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밥 먹는 것을 줄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왜? 밥 먹으면 배만 부르니까.
탄수화물이 지방된다
우리가 자주 먹는 쌀밥, 떡, 도너츠, 베이글, 콘후레이크, 감자, 고구마, 파스타 같은 음식들은 주 구성이 탄수화물로 되어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꼭꼭 씹으면 단맛이 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단맛하면 빠질 수 없는 것들, 설탕, 사탕, 쿠키 같은 것들도 모두 탄수화물입니다. 과일에 들어있는 과당도 탄수화물입니다. 채소, 우유, 고기에도 탄수화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루에 먹는 음식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탄수화물류를 많이 먹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아침에는 백미나 빵을 중심으로 식사합니다.
점심에도 밥이나 면을 중심으로 식사합니다. 저녁에는 가끔 고기를 먹거나 하지만 기본으로 밥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식으로는 도너츠나 과자같은 것들을 먹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50% 이상은 탄수화물을 먹고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탄수화물을 잔뜩 먹어줘야 포만감도 느끼고 일할 힘도 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먹는 탄수화물이 우리 몸 속 간을 지나면 성분이 포도당으로 변합니다. 혈액에 포도당이 들어가 있으므로 혈액과 포도당을 합해 혈당(血糖)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혈액 속에 들어온 이 혈당들은 간이나 근육에 일부 저장되고, 당장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됩니다. 포도당을 우선 에너지로 사용하는 뇌와 신경계, 그 밖의 부분에서 에너지로 이용합니다. 이렇게 하고 남은 혈당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거나 지방 조직에 지방으로 저장됩니다. 즉,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 이상 먹은 탄수화물은 지방으로 저장된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살이 찌고 있다고 느낀다면 하루에 얼마나 탄수화물을 먹고 있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어서 몸 안의 지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남은 탄수화물이 지방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혈당 안에 있는 포도당이 어떻게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지에 대해서입니다.
인슐린의 등장, 탄수화물 소화
우리 몸 속 세포에는 세포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려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포도당 혼자서는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포도당이 세포막 안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담당하는 호르몬이 필요한 데 그것이 바로 인슐린(insulin)입니다.
몸 속에 혈당이 높아지면(혈액 안에 포도당이 많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나옵니다. 이 인슐린들은 혈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문지기 역할을 합니다. 적당한 양의 식사를 하면 피 속에 적절한 포도당이 섞이고, 적절한 인슐린이 나와 차곡차곡 세포안으로 안내하면 간단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과다하게 먹는다는 데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게 되면 먹고 남은 것이 지방조직에 저장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살이 찌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지방은 복부 주위에 많이 모입니다. 몸의 균형을 잡기도 좋고,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배 근육에 힘이 떨어져 충분히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점점 배가 나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초기에는 그다지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렇게 과다하게 먹는 일이 계속되는 경우입니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먹을수록 혈당이 높아지고, 이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인슐린이 출동하게 됩니다. 포도당을 세포 곳곳에 억지로 밀어넣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게 계속되면 인슐린이 역할을 포기하는 일이 생깁니다. 췌장에 문제가 생겨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부릅니다.
췌장마저 포기하여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면 이제 당뇨병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뇨병 여부를 진단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혈당 수치입니다. 몸 안에는 바로바로 사용할 혈당만 유지되야 하는데,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해 과도한 혈당이 떠돌고 있으면 고혈당 상태, 당뇨병을 의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2023.01.17 - [분류 전체보기] - 살이 찌는 진짜 이유 - 탄수화물이 지방되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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